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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성찰, 빛을 되찾은 광복의 세가지 의미 [넷플릭스추천: 동주, 말모이, 모가디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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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mibypeppy 2025. 8.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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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번 영화 칼럼은 세 편의 영화를 깊이 있게 다루다 보니, 평소보다 긴 호흡으로 집필되었습니다. 3~4편의 포스팅을 하나로 엮은 분량이니, 하루에 다 읽기보다는 3일에 걸쳐 구독하시며 천천히 음미하셔도 좋을 만큼 풍부한 성찰을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부디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 글과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모가디슈 공식 포스터

프롤로그

광복절 아침, 태극기를 게양하며 우리는 어떤 마음을 품으셨나요? 8월 15일은 단순히 달력에 빨갛게 표시된 휴일이나, 아주 먼 옛날의 역사를 기념하는 날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날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비추는 살아 숨 쉬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의 깊이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먼저 '광복(光復)'이라는 단어가 품은 무게를 가만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광복'은 단순히 억압에서 풀려나는 '해방(解放)'과는 조금 다릅니다. '해방'이라는 말 속에는 외부의 힘에 의해 자유를 얻게 되었다는 느낌이 스며 있을 수 있지만, '광복'은 '빛을 되찾는다'는 뜻 그대로, 우리가 빼앗겼던 나라의 주권과 존엄을 우리 민족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 당당히 회복했음을 이야기하는, 무척이나 주체적이고 긍지 높은 단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독립기념일'이 아닌 '광복절'이라는 이름에서, 독립을 향한 우리 선조들의 자주적인 노력을 역사에 뚜렷이 새기고자 했던 깊은 뜻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역사는 더 이상 박물관이나 교과서 속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는 우리에게 역사를 가장 생생하게 전달하고, 우리 모두의 기억을 하나로 모으며, 때로는 우리가 잊고 있던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강력한 매체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추상적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구체적인 인물의 삶과 감정을 통해 마음으로 직접 느끼게 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튼튼한 다리를 놓아줍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기 세 편의 영화 <동주>, <말모이>, <모가디슈>가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광복절이 품은 여러 겹의 의미를 탐색하고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문화적 기록과도 같습니다. 이 영화들은 광복이라는 빛 뒤에 가려진 선조들의 희생, 나라의 주권을 되찾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아직 우리에게 남겨진 평화라는 과제를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펼쳐 보입니다.

 

이 글을 통해 광복절의 세 가지 핵심 의미인 1) 희생에 대한 기억, 2)주권 회복의 가치, 3) 평화 통일의 염원을 세 편의 영화와 함께 깊이 있게 나누고 싶습니다. 각 영화가 광복의 정신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 따라가다 보면, 광복절이 과거를 기념하는 날을 넘어 현재와 미래를 향한 우리 모두의 굳건한 다짐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제1부. 저항의 시, 부끄러움의 희생: 영화 <동주>와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

이준익, 강하늘, 박정민 '동주' 진한 여운의 감동 메인 예고편

 

 

1. 자유의 초석이 된 희생의 무게를 기억하며

광복절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는 우리가 누리는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1945년 8월 15일, 36년이라는 길고 참혹했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 '빛을 되찾은' 그날은, 우리 민족의 이름과 정신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수많은 선조들의 헌신이 피워낸 눈부신 결실이었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너무나 당연하게 숨 쉬는 이 자유는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총칼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 머나먼 타국에서도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싸웠던 투사들, 그리고 이 땅에서 우리말과 글, 문화를 지켜내며 민족의 정체성을 보듬었던 이름 없는 수많은 분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된 소중한 선물입니다. 광복절을 기리는 것은 선조들에게 진 '광복의 빚'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고, 그분들의 고귀한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우리 세대의 약속을 확인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2. 흑백으로 그려진 두 청춘의 이야기, <동주>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는 이러한 희생의 의미를 시인 윤동주와 그의 사촌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송몽규, 두 청춘의 삶을 통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대신, 시대의 어둠 속에서 고뇌하고 아파했던 두 젊음의 내면으로 우리를 조용히 이끌어갑니다.

 

절망과 순수의 흑백 화면

감독은 의도적으로 영화 전체를 흑백으로 담아냈습니다. 색을 지워버린 화면은 이름도, 언어도, 꿈조차도 자유롭게 가질 수 없었던 그 암울했던 시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합니다. 화려한 색채가 사라진 자리에는 빛과 그림자의 뚜렷한 대비가 남아, 인물들의 감정과 시대의 비극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관객은 이를 통해 시대의 고통을 아름답지만 아프게 느끼며, 오롯이 두 청년의 고뇌와 그들이 써 내려간 시의 본질에 집중하게 됩니다. 흑백 화면은 마치 빛바랜 옛 사진처럼 아련하면서도, 날카로운 기록 필름처럼 서늘하게 그 시절의 공기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서로 다른 저항, 동주와 몽규

영화의 이야기는 시인 윤동주(강하늘 분)와 행동가 송몽규(박정민 분)라는, 너무나 다른 두 인물이 서로를 비추며 전개됩니다. 그들은 한집에서 나고 자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때로는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졌던 라이벌이었고, 독립을 향한 각자의 길을 걸었던 저항의 두 가지 얼굴이었습니다. 송몽규의 저항은 직접적이고 뜨겁습니다. 그는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며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몸을 던집니다. "니는 계속 시를 써라, 총은 내가 들끼네."라는 그의 대사처럼, 시대의 어둠에 온몸으로 맞서는 혁명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윤동주의 저항은 조용하고 내면을 향합니다. 그의 무기는 펜과 종이였습니다.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은 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감정이었습니다. 영화는 그의 시들을 나지막한 내레이션과 자막으로 화면에 띄워주며, 그의 내면적 갈등과 시대의 아픔이 어떻게 문학으로 피어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3. 영웅을 넘어, '희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영화 <동주>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깊은 울림은 '희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영웅적인 모습을 넘어, 희생이라는 개념을 더욱 넓고 깊게 헤아리게 합니다.

 

우리는 보통 '숭고한 희생'이라고 하면, 송몽규처럼 직접적인 투쟁에 나서 모든 것을 바치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영화는 스스로 영웅이 아니라 생각하며, 행동하는 친구 곁에서 끊임없이 부끄러워했던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윤동주의 시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단순히 소극적인 성격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비상식적인 시대에 상식을, 비윤리적인 세상에 윤리적인 마음을 지키려는 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과도 같았습니다.

 

영화는 송몽규의 행동적인 희생을 존중하면서도, 윤동주의 내면적 고통 역시 그에 못지않은 가치 있는 희생이었음을 이야기합니다. 암흑의 시대에 순결한 양심을 지키려는 노력, 시대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기록하고 증언하려는 예술가의 책임감,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끝없는 자기 성찰과 정신적 고통 또한 독립을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치열한 싸움이었음을 영화는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결국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애국과 희생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한 뼘 더 자라게 됩니다. 조국을 되찾는 일은 총칼을 든 전쟁터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시가 쓰이는 책상 위에서도, 부끄러움을 아는 한 인간의 고뇌 속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동주>는 예술가와 지식인들의 조용한 저항과 그들의 고통스러운 희생이 우리 민족의 혼을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증명하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희생의 목록에 그들의 자리를 당당히 마련해줍니다.



제2부. 말과 마음을 모아, 주권을 되찾다: 영화 <말모이>와 민족의 그릇

[말모이] 메인예고편

 

 

1. 영토를 넘어선 주권, 우리말을 위한 싸움

광복으로 우리가 되찾은 '주권'은 단순히 정치적 권력이나 땅을 되찾았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주권은 한 민족의 정신과 혼이 담긴 언어와 문화를 온전히 지켜낼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가장 먼저 겨눈 것은 바로 우리말과 글이었습니다. 우리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게 하고, 학교에서 일본어만 쓰도록 강요한 것은, 민족의 정신을 담는 그릇인 '언어'를 파괴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뿌리부터 흔들려는 치밀한 계획이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말을 지키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하고 의미 있는 독립운동이었습니다. 영화 <말모이>의 핵심 대사인 "말을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는 외침은 이러한 역사의 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습니다. 사전을 만드는 일은 단순한 학문 연구가 아니라, 빼앗긴 문화적 주권을 되찾고 우리 민족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려는, 총칼 없는 치열한 저항이었습니다. 사전은 단어들의 묶음이 아니라, 흩어진 민족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중심점이자 문화적 독립 선언문이었던 셈입니다.

 

2.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힘, <말모이>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슴 뭉클하게 그려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보여주면서도, 그 위대한 역사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따뜻하게 풀어냈다는 점에 있습니다.

 

역사적 기반과 예상 밖의 영웅

이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조선어학회 사건'을 바탕으로 합니다. 1942년, 일제는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사전 편찬을 통해 민족의식을 일깨운다는 이유로 이들을 체포하고 잔혹하게 고문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비극적 역사를 배경으로 우리말을 지키려 했던 분들의 헌신을 비춥니다. 하지만 영화는 학자들(영화 속 류정환, 윤계상 분)이 아닌, 글도 읽을 줄 모르던 전과자 김판수(유해진 분)를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아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가방을 훔치다 우연히 조선어학회에서 일하게 된 그가 점차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을 뜨고,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사전을 만드는 데 헌신하는 과정은 '주권 회복'이라는 큰 이야기를 한 개인의 성장 이야기로 바꾸어, 관객들이 깊이 공감하고 몰입하게 만듭니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만든 기적

영화는 사전 편찬, 즉 '말모이'(말을 모으는 일)가 몇몇 지식인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의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한 위대한 프로젝트였음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각 지역의 사투리와 사라져가는 우리말이 빼곡히 적힌 엽서와 종이쪽지들이 조선어학회로 답지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입니다. 이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세상을 바꾼다"**는 영화의 주제를 눈앞에 펼쳐 보인 것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증명합니다.

 

말모이 공식 포스터

3. 우리 모두가 애국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영화 <말모이>는 주권과 애국이라는 개념을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로 확장시킵니다. 이는 '애국심의 민주화'라고 부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생각의 전환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역사 속에서 독립운동과 주권 회복의 이야기는 종종 위대한 장군이나 외교관, 학자들을 중심으로 쓰여왔습니다. 그러나 <말모이>는 의도적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가장 평범하고 소외되었던 인물인 김판수에게로 옮깁니다. 그의 변화는 거창한 이념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아들에게 온 편지를 직접 읽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이 그를 글공부로 이끌었고, 이는 점차 민족의 언어를 지키려는 더 큰 사명감으로 자라납니다. 판수의 이야기는 글을 몰랐던 우리 민족이 스스로 깨우쳐 민족의식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영화는 주권이 회복되는 순간을 태극기가 높이 걸리는 장면이 아니라, 학자, 노동자, 학생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말'의 뜻을 토론하고 정립하는 작은 방 안의 풍경으로 그려냅니다. 이처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주권의 본질임을 영화는 힘주어 말합니다. 즉, 주권은 위에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평범한 사람들의 자발적이고 꾸준한 실천을 통해 세워지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말모이>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아끼고 가꾸는 행동을 통해 주권 회복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사전에 보탤 단어 하나를 고민하는 작은 행위가 곧 나라의 주권을 되찾는 위대한 애국의 실천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깊은 울림입니다.



제3부. 분단의 상처, 생존을 넘어선 공존: 영화 <모가디슈>와 평화의 염원

[모가디슈] 1차 예고편 확장판

 

 

1. 아직 끝나지 않은 광복, 분단의 역설

광복절은 우리에게 기쁨과 환희의 날인 동시에, 깊은 슬픔의 씨앗이 심어진 날이라는 역설을 품고 있습니다.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난 해방의 기쁨은 곧 이념 대립의 아픔으로 변했고, 이는 결국 국토의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진정한 의미의 광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남과 북이 나뉜 채 서로를 겨누고 있는 한, 우리의 광복은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광복절은 과거의 승리를 축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단의 아픔을 돌아보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고 다짐하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2. 혼돈 속에서 피어난 뜻밖의 동행,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는 이러한 분단의 현실과 평화의 염원을 실제 있었던 극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스크린에 옮긴 뛰어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남북 관계를 다루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생존을 위한 실화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손을 잡고 함께 탈출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념과 체제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무정부 상태의 내전이라는 극한의 상황은, 남북 관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독특한 무대가 됩니다. 영화 초반, UN 가입을 위해 서로를 맹렬히 비난하며 외교전을 벌이던 남과 북의 모습은, 이후 이들이 목숨을 걸고 협력하는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더욱 큰 긴장감과 감동을 자아냅니다.

 

감상주의를 걷어낸 현실적인 시선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남북 관계를 다룰 때 흔히 등장하는 감상적인 장면들을 철저히 배제했다는 점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부둥켜안거나 "우리는 한민족"이라고 외치는 거창한 대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남과 북의 협력은 '생존'이라는 절박한 공동의 목표 아래,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현실감 있게 그려집니다. 이들의 목표는 통일이 아니라 생존이며, 협력은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입니다. 영화는 남북한 인물들을 이념의 상징이 아닌, 각자의 책임과 인간적인 고뇌를 가진 입체적인 개인으로 묘사하며 우리를 더욱 이야기에 몰입하게 합니다.

 

모가디슈 공식 포스터

3.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평화의 비전

영화 <모가디슈>는 남북 관계를 영화로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을 제시합니다. 이는 통일에 대한 기성세대의 감성적인 접근을 넘어, 젊은 세대의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시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통일'이라는 거대한 목표 대신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과거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들이 민족적 동질성과 분단의 비극을 강조하며 감정적인 슬픔과 감동을 이끌어냈다면, <모가디슈>는 다른 길을 갑니다. 감독이 북한 사투리에 자막을 사용하기로 한 결정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이는 지난 70여 년의 분단이 남과 북을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서로에게 낯선 존재로 만들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외면하고 같은 점만 강조하는 대신, 그 차이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바라보려는 성숙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케냐 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남북 일행은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아무 말 없이, 마치 처음 보는 사람들처럼 각자의 길을 갑니다. "통일되면 다시 만나자"와 같은 상투적인 약속은 없습니다. 오직 함께 죽을 고비를 넘겼던 경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갈라설 수밖에 없는 냉엄한 현실에 대한 침묵의 확인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이 조용한 이별은 그 어떤 눈물의 작별보다 더 깊은 여운과 현실감을 남깁니다.

 

결국 <모가디슈>가 제시하는 평화의 모습은 거창한 이념의 합의가 아니라, 생존이라는 공동의 이익과 인간에 대한 보편적 존중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인 협력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분단의 깊은 골을 인정하면서도, 그 위를 건널 수 있는 임시적이지만 단단한 다리를 놓으려는, 성숙하고 현실적인 평화의 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4부. 광복절에 새기는 우리의 영원한 다짐

영화 <동주>, <말모이>, <모가디슈>는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광복절이 품고 있는 다채로운 의미를 오늘날 우리의 스크린 위에 새롭게 새겨주었습니다. 이 세 편의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을 하나로 모아보면, 광복의 정신을 현재와 미래로 이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향이 보입니다.

 

<동주>는 영웅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시대의 어둠 속에서 양심을 지키려 했던 내면의 고통 역시 숭고한 희생임을 가르치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범위를 넓혀줍니다. <말모이>는 주권이 특정 계층의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는 일상적인 실천을 통해 함께 완성해 나가는 민주적인 과정임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모가디슈>는 감상적인 민족주의를 넘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동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실용적으로 협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로 나아가는 길임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는 과거의 한 사건을 기념하는 이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실천해야 할 다짐과 행동에 있습니다. 그것은 선조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이며, 우리의 문화적, 정신적 독립을 지키기 위해 주권을 행사하는 일이고,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일입니다. 이처럼 광복은 과거에 완성된 역사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이어가야 할 영원한 다짐과도 같을 것입니다.

 

모가디슈 공식 포스터

 

부록: 우리 모두를 위한 영화 감상 안내서

이 글에서 함께 나눈 영화들은 광복절의 의미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가슴으로 깊이 느끼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얻은 생각들을 직접 영화를 보며 문화적 체험으로 연결하는 것은 광복절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아래는 독자 여러분께서 이 영화들을 쉽게 찾아보시고, 광복의 이야기에 동참하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작은 안내서입니다.

 

🎬 광복의 의미를 담은 영화 시청 플랫폼 안내

영화 제목 스트리밍 플랫폼 (2025년 8월 기준)
동주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Netflix, Tving, Watcha, Wavve
말모이 (Mal-Mo-E: The Secret Mission) Netflix, Tving, Wavve
모가디슈 (Escape from Mogadishu) Netflix, Coupang Play, Wavve

주: 위 정보는 2025년 8월 현재를 기준으로 하며, 각 OTT 플랫폼의 계약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Writer Lumi

💌 Writer's Note

글을 맺으며, 이 세 편의 영화가 제게 남긴 깊은 여운을 독자 여러분과 깊이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들을 마주하는 시간은 단순히 역사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과거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미래를 향한 다짐을 새롭게 하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습니다. 그렇기에 스크린 속 인물들의 고뇌와 헌신, 연대와 갈등을 통해 '광복'의 빛이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닌, 우리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지키고 가꾸며 더욱 넓게 밝혀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부디 이 글이, 다가오는 광복절에 영화 한 편과 함께 그 의미를 더욱 깊이 새겨보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성찰하는 그 소중한 시간에 저의 이야기가 조용한 길벗이 될 수 있다면 더없는 기쁨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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