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주한 30년의 애증
이틀 전,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이 처음 공개되고 보기 시작했을 때, 저는 이 드라마가 어떤 주제를 향해 가고 있는지 쉽게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에피소드를 거듭할수록 이야기는 저를 '삶'이라는 깊은 화두 속으로 끌어당겼습니다. 그리고 상연의 조력사망이라는 선택은 '죽음'이라는 문제까지 던져주며, 저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이틀동안 15화에 달하는 드라마를 몰아보게 만든 ‘은중과 상연’에 대해 깊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상연은 은중을 평생의 라이벌로 여기며 이기고 싶어 했지만, 은중은 그런 상연을 그저 부러워했을 뿐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상연 스스로가 '나쁜 년'임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은중처럼 저 또한 그 마음을 이해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이 드라마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한 사람의 삶을, 그리고 그 사람이 살아온 다른 방식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말입니다.
'은중과 상연'은 10대부터 40대까지, 똑같은 시간을 겪었지만 전혀 다른 생각으로 살아온 두 인물의 서로 다른 마음을 깊이 파고듭니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30년간 그들의 삶을 지배해 온 깊은 오해 그 자체였습니다.
넉넉지 않은 환경("반지하에 사는 게 창피해서")에서 자란 은중에게 부유하고 완벽해 보이는 상연은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배우 김고은 씨의 분석에 따르면, 은중은 상연을 "어딘가 나와 다르게 특별하고 빛난다"고 여기며, 질투보다는 "동경과 부러움"의 감정이 앞섭니다. 은중이 느끼는 고통은 경쟁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동경하던 친구가 기대와 달리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데서 오는 외로움과, 관계를 끝으로 이끈 "점점 쌓이는 오해들"에서 비롯됩니다. 그녀에게 상연은 이기고 싶은 라이벌이 아니라, 그저 좋아하고 닮고 싶은 '멋있어 보이는 친구'였습니다.
반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도 상연의 마음 한구석은 텅 빈 느낌으로 가득했습니다. 어머니 윤현숙은 대놓고 은중을 더 예뻐했으며, 아들 상학과 비교하며 상연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 어린 시절의 상처는 그녀의 모든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깊은 상처가 됩니다. 상연의 눈에 비친, 따뜻하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은중("모두가 은중이를 좋아했다")은 친구가 아닌 평생의 경쟁자였습니다. 상연은 은중이 자신이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다른 사람으로부터 조건 없는 사랑과 그 사람 자체가 가진 소중함—을 가졌다고 믿었습니다. 그녀는 "원하는 것을 은중이에게 뺏기지 않고 욕심내기로 했다"고 다짐하며, 이러한 경쟁심은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공허함을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배우 박지현은 상연을 "차가워 보이지만 마음속은 외로운 인물"로 표현하며, 그녀의 모든 공격적인 행동이 사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서로 다른 생각의 차이가 두 사람의 관계를 비극으로 이끈 근본적인 원인이었습니다. 상연이 은중에게 느끼는 경쟁심은 사실 자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우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녀는 은중과 경쟁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인정과 오빠의 그늘이라는 보이지 않는 유령과 평생 싸워왔습니다. 배우 박지현의 말처럼 상연은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꼈고, 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은중을 대신 목표로 삼았습니다. 은중은 상연이 평생 겪어온, 인정받고 싶어 하는 자신의 마음을 비춰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가 원했던 '이상적인 딸'의 모습인 은중을 이기는 것은, 상연에게 있어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극복하고 지나간 일이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얻으려는 무의식적인 시도였습니다. 그들의 30년 갈등은 진짜 적(부모)은 무대 밖에 세워둔 채 벌어진 슬픈 그림자 연극과 같았습니다.
#서로 다른 기억
시기 / 사건 | 은중의 경험 (부러움 기반) | 상연의 경험 (경쟁 기반) |
10대: 첫 만남 | "학교에서 가장 멋진 아이와 친구가 되었다." | "나는 결코 가질 수 없는 따뜻함과 가족을 가졌다." |
20대: 대학 재회 | "소중한 친구와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 | "이번에야말로 그녀를 넘어설 기회다." |
30대: 사회생활 | "성공한 그녀는 왜 저렇게 차갑고 멀게만 느껴질까?" | "성공해도 공허하다. 그녀의 평온함이 밉다." |
40대: 마지막 부탁 | "그 모든 상처 끝에 어떻게 이런 부탁을 할 수 있지?" | "용서를 구해야 할 단 한 사람이 바로 그녀다." |
상연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단서는 그녀가 평생 간직했던 쪽지입니다. 이는 오빠 천상학이 아닌, 대학 시절 짝사랑했던 동아리 선배이자 은중의 연인이었던 김상학이 건넨 것이었습니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를 인용한 이 쪽지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듯한 상연의 성향을 꿰뚫어 보고 보내는 안타까운 위로이자 경고입니다.
"길버트 그레이프가 집을 불태우고 떠날 때 태운 건 삶을 짓누르던 과거일 뿐, 자신은 함께 불타지 않았어... 너를 태워버리지 마."
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김상학이라는 사실은 그 의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이는 단순히 가족의 아픔을 넘어, 상연이 느꼈던 사랑의 부족함과 경쟁심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 보낸 위로이기 때문입니다. 상학은 상연이 은중과의 관계 및 자신을 향한 감정 속에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의 쪽지는 마음의 상처를 겪는 이들에게 보내는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보편적인 위로이면서, 상연에게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사람으로부터 받은 유일한 이해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쪽지는 슬픈 예언이 되고 맙니다. 결국 상연은 상학의 조언처럼 과거의 상처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고, 조력사망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자신의 존재 자체를 태워버리는 길로 나아갑니다. 이 쪽지는 그녀가 자신의 고통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었음에도, 그 아픔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가슴 아픈 증거가 됩니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재인 '조력사망'은 사회적인 논쟁을 넘어, 이야기 속에서 용서와 화해를 이끌어내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상연의 "세상 잔인한 부탁"은 겉보기에는 이기적인 요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깊은 나약함과 진실을 향한 간절함이 담겨 있습니다.
스위스로 향하는 여정은 모든 거짓과 핑계를 벗겨내는,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을 단련시키고 있습니다. 곧 닥쳐올 죽음 앞에서 오랜 미움과 사회적인 가면은 의미를 잃고, 두 사람은 평생 서로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꾸밈없는 솔직함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여기서 드라마는 교묘하게 초점을 죽는 사람에서 살아남는 사람에게로 옮깁니다.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김고은님이 눈물로 털어놓았듯, 배우에게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내가 (상연을) 보내줄 수 있을까"였습니다. '은중과 상연'은 결국 슬픔과 기억, 그리고 남겨진 사람이 떠난 사람의 삶을 해석하고 완성해야 하는 책임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이는 제작진이 언급한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핵심 주제와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상연의 선택은 고통으로부터의 도망일 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마무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자 화해를 위한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배우 박지현님의 해석에 따르면, 상연에게 "죽음을 앞두고 용서받고 싶은 게 은중”이었던 이유는 결국 "그에게 남은 사람은 은중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목적지가 스위스라는 점 또한 상징적입니다. 그곳은 두 사람이 함께 겪은 아픈 기억이 있는 공간인 한국을 벗어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곳입니다. 이 물리적인 여정은 은중이 분노와 미움의 땅을 떠나 공감과 이해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하는 마음속의 여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조영민 감독이 작품의 핵심 단어로 꼽은 '동행'은 단순히 함께 여행하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가장 고통스러운 역사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 마침내 그를 이해하는 마지막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 여정은 용서를 구하는 순례길과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진정한 클라이맥스는 단연 14화였습니다. 상연이 남긴 '나의 생애'라는 글을 통해 그녀의 속마음이 은중에게 전해지는 순간, 30년간 굳게 닫혔던 오해의 문이 비로소 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장면이 시작되기 직전, 은중의 감정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입니다. 평생에 걸친 상처 끝에, 그녀는 상연을 "인생에서 영영 지우기로 한다"고 결심합니다. 그녀의 분노와 배신감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이때 상연의 유서와도 같은 글이 드러납니다. 그 글은 충격적일 만큼 단순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나에게 삶이란 열어보기 힘든 상자다. 돌아보니 몇 개의 이름만이 남았다. 윤현숙, 천상학, 그리고 류은중."
천상연이라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과 행동 양식은 전적으로 '무너진 집'으로 상징되는 그녀의 가족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그녀의 냉소와 공격성은 타고난 성품이 아니라, 진실이 은폐되고 감정이 억압된 가정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축한 정교한 방어기제이자 생존 전략입니다. 그리고, 이 트라우마의 핵심에는 오빠와 어머니라는 두 존재가 있습니다.
지워진 존재와 속죄를 위한 투쟁 상연의 근원적 트라우마는 오빠의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트랜스젠더였던 오빠의 진짜 정체성이 가족에 의해 조직적으로 부정당하고 삭제되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따라서 상연이 오빠의 죽음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것은, 단순한 진실 규명을 넘어 억압된 오빠의 존재('언니')를 복원하려는 필사적인 투쟁입니다. 이 투쟁의 동력은 깊은 '생존자의 죄책감'입니다. 오빠를 죽음으로 몰아간 가족의 침묵에 자신 또한 무지함으로써 일조했다는 자각이 그녀를 평생 괴롭힙니다. 그러므로 그녀의 진실 추적은 오빠의 삶을 뒤늦게나마 제대로 '증언'함으로써 자신의 부채감을 덜고, 그의 고독을 외면했던 과거를 속죄하려는 처절한 과정입니다.
억압의 질서와 왜곡된 관계 맺기 어머니는 아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가족 전체를 지배하는 '침묵의 질서'를 세운 억압의 화신입니다. 상연이 어머니에게 퍼붓는 모진 말들은 이 질식할 듯한 침묵의 벽을 깨부수려는 격렬한 저항이자, 묻혀버린 진실을 끄집어내려는 고통스러운 절규입니다. 더 나아가, 상연의 잔인함은 역설적으로 어머니와 관계를 맺으려는 뒤틀린 시도입니다. 정상적인 애정 표현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그녀는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는 부정적인 자극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존재와 고통을 인정받고 반응을 이끌어내려 합니다. 이는 정서적 방치에 대한 절망적인 반작용이자, 사랑받고 싶었던 상처 위에 돋아난 비뚤어진 갈망의 표현입니다.
'은중과 상연'의 30년 이야기를 관통하는 중심축은 두 사람의 관계이지만, 이 관계는 결코 대등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상연이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내면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은중을 상대로 투영한 심리적 장치에 가깝습니다. 즉, 이 라이벌 관계는 오직 한 사람, 상연의 마음속에서만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작품은 어린 시절 첫 만남부터 40대의 마지막 나날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삶이 어떻게 얽히고설키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갑니다. 이 관계의 불균형은 초반부터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평범한 은중의 시선에서 상연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선망의 대상입니다. 그녀는 "너는 참 좋겠다."라는 걸 처음부터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연은 은중을 자신이 이겨야 할 라이벌로 인식합니다.
은중의 부러움은 상연의 실제 삶을 전혀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완벽한 오해입니다. 그녀는 완벽하게 연출된 상연의 겉모습만을 보았을 뿐, 그 내부의 균열과 상처는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상연이 은중에게 느끼는 경쟁심은 은중이라는 개인을 향한 것이라기보다, 은중이 상징하는 '정상성'과 '정서적 안정'을 향한 것입니다. "이번엔 내가 원하는 것을 은중이에게 뺏기지 않고 욕심내기로 했다. 그게 설령 나쁜 일이라도"라는 상연의 다짐은, 은중을 자신의 욕망과 성취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식적인 선언입니다.
이러한 '라이벌리'의 본질은 상연의 자아 결핍을 대체하는 구조적 장치입니다. 가족의 비밀과 진정한 정서적 교감의 부재 속에서 상연의 정체성은 속이 텅 빈 채로 남았습니다. 그녀에게는 삶의 방향을 잡아 줄 내적 나침반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생존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삶과 동기를 체계화할 외부의 틀이 필요했습니다. 그녀는 이 필요를 은중에게 투영하여 경쟁이라는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냅니다. 이 가상의 '라이벌리'는 그녀에게 목표(은중을 이기는 것)를 제공하고, 성공을 측정할 잣대를 주며, 명확한 경쟁 상대를 설정해줍니다. 이것은 그녀의 내면적 토대가 무너졌을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줍니다.
은중이 상연의 글 '나의 생애'를 읽는 장면은 '은중과 상연'이 침묵, 진실, 그리고 이해라는 주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의 정점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감정의 고조를 넘어, 평생을 에둘러 말하고 행동으로 부딪쳐왔던 한 인간이 처음으로 자신의 내면을 언어로 온전히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첫째, 상연은 그들의 관계가 시작된 첫 순간부터 은중을 '내가 때린 아이'로 기억합니다. 어머니의 강요로 은중의 손바닥을 때려야 했던 그 사건은 상연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 어머니는 "네가 때리면 친구가 아플 거라는 생각은 왜 못 해?"라며 오히려 상연을 탓했고, 이 경험은 상연의 마음속에 '나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가장 근본적인 느낌과 함께, 은중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자 '도덕적으로 더 나은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훗날 은중이 리코더를 들고 "이걸로 때리면 얼마나 아픈지 알아?"라고 맞섰을 때, 상연은 "영원히 이 아이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예감"합니다. 이것이 그녀가 평생 은중에게 느낀 경쟁심의 시작입니다. 그녀는 은중을 이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은중처럼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입니다.
둘째, 상연은 자신의 감정이 단순한 미움이 아니었음을 애틋하게 털어놓습니다. "미워하기만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미워할 수가 없어서 더 미운 사람." 이 고백은 그녀의 모든 모순적인 행동을 설명합니다. 은중을 사랑했기에, 그녀처럼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더 미웠던 것입니다. 그녀의 파괴적인 행동들—"그래서 파괴했다. 너를 파괴하고 싶어서, 나를 파괴하고 싶어서"—은 사랑과 질투가 뒤섞인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터져 나온,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이 독백은 상연의 마지막 항복 선언입니다. 평생 그녀는 경쟁, 잔인함, 조종과 같은 '행동'을 통해 소통해왔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그녀는 마침내 순수한 '이야기'의 힘을 빌립니다. 이 글은 그녀의 내면세계를 그녀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단 한 사람, 은중에게 마침내 해독 가능한 언어로 전달하는 고백입니다. 세 사람의 이름을 나열함으로써,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구축한 설계도를 남김없이 펼쳐 보입니다. 자신의 고통의 근원(어머니, 오빠의 비극)과 평생에 걸친 복잡한 애착의 대상(은중)을 동시에 명명하며, 자신의 삶을 구성한 힘들 사이의 관계를 스스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유산을 직접 정리하려는 의식적인 행위입니다. 상연은 평생 은중을 포함한 세상으로부터 오해받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녀는 오빠의 유산이 가족에 의해 어떻게 지워지고 왜곡되었는지를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자신의 죽음 앞에서, 상연은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즉, 자신의 공격적인 겉모습만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될 것을 공포스러워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글은 의도적인 자기 정의 행위입니다. 적어도 단 한 사람, 은중만은 자신의 모든 행동 뒤에 숨겨진 '왜'를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지막 시도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고백을 넘어, 죽음이 자신을 침묵시키기 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의 언어로 기록하려는 자서전 쓰기로 볼 수 있습니다.
'은중과 상연'이 주는 깊은 감정적 울림은 연기, 각본, 연출, 이 세 가지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만들어집니다.
'은중과 상연'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심리적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두 주연, 배우 김고은과 박지현의 힘에 기인합니다. 평단과 배우 스스로가 수십 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연기의 어려움과 성취를 강조했듯, 이 작품은 "배우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두 배우는 각본과 연출의 섬세한 틀 안에서 캐릭터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으며, 텍스트만으로는 온전히 전달될 수 없는 감정의 미세한 결을 스크린에 아로새겼습니다.
김고은 배우가 연기한 류은중은 이 격렬한 이야기의 단단한 닻입니다. 그녀는 작가가 의도한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표현합니다. 김고은 씨의 연기는 화려함보다는 섬세함에서 빛을 발합니다. 은중의 조용한 강인함, 내면에 깊이 뿌리내린 선망과 질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궁극적인 공감과 연민을 그녀는 미세한 표정과 눈빛의 변화로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특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조력사망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다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보인 일화는, 그녀가 이 작품과 캐릭터의 감정적 무게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몰입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입니다. 그녀는 상연의 폭풍 같은 삶의 궤적을 묵묵히 받아내는 증인으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극의 중심을 잡습니다.
반면, 박지현 배우는 종종 잔인하고 이기적으로 비치는 천상연이라는 인물을 동정의 대상을 넘어 이해의 대상으로 만드는 어려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그녀의 연기는 상연의 차갑고 날카로운 태도 아래 들끓는 "고독과 불안"을 섬세하게 포착해냈습니다. 늘 관심있게 보고있던 배우 박지현은 상연의 공격성이 본질이 아니라, 상처받은 내면을 보호하기 위한 갑옷임을 탁월하게 표현해냈습니다. 이 숨겨진 취약성을 드러내는 그녀의 능력 덕분에 관객과 은중은 마침내 그 갑옷 안에 웅크리고 있는 상처 입은 한 인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녀는 상연이 가진 깊은 슬픔과 결핍을 약점이라 여겨 쿨한 태도로 자신을 포장하지만, 그 이면에서 번지는 고통을 미묘한 표정 연기로 전달하며 캐릭터에 입체적인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두 배우의 호흡은 이 드라마의 심장이자 "완벽한 호흡"을 이루어냈습니다. 감히 평론하자면 이러한 캐스팅은 단순히 좋은 것을 넘어 주제를 표현하는 데 있어 완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우 김고은님이 그간 쌓아온 따뜻하고 현실적인 이미지와, 배우 박지현님 보여준 지적이고 날카로운 이미지는 은중과 상연의 본질적인 성격을 대사 한 줄 없이도 보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이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배우의 이미지를 영리하게 활용한 선택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진정한 클라이맥스는 단연 14화였습니다. 상연이 남긴 '나의 생애'라는 글을 통해 그녀의 속마음이 은중에게, 그리고 저에게 전해지는 순간, 30년간 굳게 닫혔던 오해의 문이 비로소 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나에게 삶이란 열어보기 힘든 상자다. 돌아보니 몇 개의 이름만이 남았다. 윤현숙, 천상학, 그리고 류은중."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저는 상연이라는 인물의 삶 전체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은중과 상연'은 복잡한 우정에 관한 드라마를 넘어, 한 개인의 역사가 남기는 거대한 무게와 자신의 삶이 고통스러울지라도 타인에게 온전히 보여지고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에 대한 명상입니다. 작품은 상연의 삶을 규정한 세 개의 이름을 통해, 한 인간의 정체성이란 고립된 자아가 아니라 관계의 총합으로 구성됨을 역설합니다.
이러한 깊은 감정의 파동은 단연코 김고은과 박지현, 두 배우의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은중과 상연이 되어 섬세하게 감정을 쌓아 올린 두 배우는 정말 완벽한 캐스팅이었습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복잡하고 아픈 관계를 시청자들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은중과 상연'은 제게 드라마라기보다 '아름다운 책 한 권'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슬픔보다는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숭고한 사랑의 방식인지에 대한 깊은 진실만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조용히 제 자신에게 묻게 됩니다. 나의 삶이라는 '열어보기 힘든 상자' 속에는, 마지막에 어떤 이름들이 남게 될까 하고 말입니다.
저의 소설 '따뜻했던 계절' 7장. 은밀한 거래가 네이버 웹소설에 업댓되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많은 관심과 구독, 좋아요, 평점 부탁드립니당~ 💗
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ovelId=1197047&volumeN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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