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방영했지만 당시엔 시간이 없어 놓쳤던 드라마 미생. 이제야 넷플릭스를 통해 보게 되었는데, 어느새 14화까지 달려왔습니다. 아직 끝은 보지 못했지만, 이미 제 마음은 여러 번 흔들리고, 또 위로받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솔직히 이렇게 슬픈 이야기일 줄은 몰랐어요. 보는 내내 눈물이 흐르지 않았던 회차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눈물은 단순히 드라마 속 인물의 사연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현실과 겹쳐지는 지점 때문이었을 겁니다.
‘우린 모두 완생(完生)이 아닌 미생(未生)이기에.’
늘 부족하고 흔들리며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장그래의 서툰 발걸음에 그렇게 깊이 공감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삶의 모든 일터는 하나의 판
드라마 제목 미생은 바둑에서 온 말입니다. ‘미생’은 아직 완전히 살아 있지 못한 돌,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반대로 ‘완생’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안전한 자리죠.
이 은유는 회사뿐 아니라 우리가 속한 모든 **‘일의 세계’**와 닮아 있습니다.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누군가는 공장에서, 또 누군가는 프리랜서로, 학생으로, 혹은 가정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늘 ‘미생’의 상태로 시작합니다. 자리를 잡지 못한 돌처럼,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흔들리고, 판세에 따라 밀려나기도 하죠.
고수와 하수 – 사회라는 바둑판의 불평등
바둑에서 고수는 하수에게 서너 점을 내주고 시작합니다. 판 전체를 읽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에서의 고수, 즉 경험자·기득권자·권력자들은 오히려 서너 점을 안고 시작합니다. 이미 누적된 자본, 지위, 네트워크를 가진 채 새로운 이들과 같은 판 위에 앉는 것이죠.
그래서 사회 초년생, 혹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바둑의 하수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합니다. 노력과 성실만으로는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간극. 드라마 속 장그래가 아무리 절실하게 애써도 번번이 벽에 부딪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는 회사라는 바둑판에서뿐 아니라, ‘일’을 둘러싼 사회라는 큰 바둑판에서도 여전히 미생일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바둑의 격언 – ‘일’을 버티는 지혜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절망만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장그래는 위기마다 바둑의 격언을 떠올립니다.
“부득탐승(不得貪勝, 이기려는 욕심을 부리지 말라)”
“순류에 역류를 일으킬 때 즉각 반응하는 것은 어리석다”
이 말들은 단순히 바둑판의 교훈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 속에서 ‘일’을 해내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때로는 조급해하지 않고, 때로는 흐름을 기다리며, 작은 한 수를 두어가듯 버티는 것. 그것이야말로 완생이 되지 못한 우리 미생들이 살아남는 방식일 겁니다.
더 넓은 사회에서
2014년의 미생은 직장인의 고단한 현실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2025년의 우리는 직장 안팎에서, 혹은 전혀 다른 형태의 일터에서 여전히 미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직장인뿐 아니라 취업 준비생, 프리랜서, 창업자, 돌봄 노동자, 크리에이터, 심지어 학생들까지 — 각자의 일터와 역할 속에서 우리는 완생이 되지 못한 채 매일 판 위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시대는 변했지만, ‘일’의 세계가 가진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서너 점을 안고 시작하는 고수들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불리한 자리에서 돌을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한 수 한 수가 모여 판세를 바꾸고, 언젠가 완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갑니다.
미생이라도 괜찮아요
미생을 보며, 이미 제겐 이 드라마가 단순한 드라마 그 이상으로 다가옵니다. 과거의 미생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또 현재의 미생을 통해 내일의 나를 그려볼 수 있으니까요.
아직 완생은 아니지만, 미생이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두고 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완생을 향해 나아갈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그게 미생이 지금까지도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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