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짐 이후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한 인간의 실체’를 향한 이야기
JTBC 토일드라마이자 넷플릭스 공개작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단순한 대기업 생존기나 직장 풍자극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겼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한 중년 남성이, 긴 여정 끝에 마침내 ‘대기업 부장’이 아닌 본래의 자신을 발견해 가는 이야기”라는 근본적 정체성의 물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미 7화까지 공개되며 절반을 넘어선 지금, 드라마는 김낙수의 ‘회사 밖의 삶’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명예퇴직 신청이라는 결심은 단순한 직장 이탈이 아니라, 그가 그동안 붙잡고 있던 ‘김부장’이라는 껍데기와 결별하는 첫 장면이기도 합니다.

무너짐에서 시작되는 재구성
대기업 부장이라는 명함은 김낙수에게 도덕적 우월감, 성공의 상징, 가족에게 남길 수 있는 체면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이 지위는 너무 오랫동안 그를 대신해 말해주던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7화까지의 전개는 김낙수가 그 껍데기를 벗어던지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동시에 필연적인지 보여줍니다. 명예퇴직 신청 장면은 ‘몰락’이 아니라 오히려 드라마의 주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에 가깝습니다. 이 여정은 바로 성장을 말하고 있습니다. 낙수는 이전의 ‘성공한 부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온전한 자기 자신—부장이 아닌, 자신의 존재로서의 김낙수—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중년 남성 서사의 틀을 벗어나는 방식 – ‘자기 발견’의 구조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이유는 중년 남성의 몰락을 단순한 비극이나 풍자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김낙수는 무너지지만, 그의 무너짐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붕괴에 가깝습니다.
중년의 몰락을 ‘쓸모없음의 서사’로 소비하지 않고, 한 인간이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 정의해 가는 성숙의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예고편에서는 송 과장, 정 대리, 권 사원이 김낙수를 찾아오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는 앞으로의 전개가 **“대기업 밖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관계와 역할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지금까지 김수겸 캐릭터가 ‘회사 시스템의 화신’ 역할을 했다면, 퇴사 후의 서사에서는 오히려 송 과장, 정 대리, 권 사원이 주인공의 주제적 변화를 비추는 거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앞으로의 전개가 이 예측 그대로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김낙수의 가족사, 부부 관계, 혹은 전혀 다른 사회적 맥락이 더 중요한 축으로 부상할 여지도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7화까지의 화법과 캐릭터 배치, 그리고 예고편에서의 강조점을 종합해 보면 회사를 떠난 이후의 인간적 충돌과 연대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송 과장은 오랫동안 김낙수를 지켜봐왔고, 선후배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이해하는 인물입니다. 예고에서 그가 낙수를 찾아간다는 것은 단순 의리로 보기 어렵다. 회사 내부의 변화, 조직 파워의 이동, 본인의 위기감 등이 작용한 총체적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낙수를 떠나보낸 이후에도 미해결 감정이 남아 있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의 근원은 바로 “대기업이라는 우산 없이 김낙수가 어떤 선택을 할지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대리의 움직임은 중반부의 서사에서 매우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는 세대 갈등의 중간 지대에 서 있으며, 김낙수의 방식과 젊은 직원들의 방식 사이에서 가장 큰 균열을 몸으로 경험하는 인물이다. 정 대리가 대기업 밖의 세계에서 김낙수를 만나는 장면은, ‘중년의 선택’이 ‘젊은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라는 드라마의 핵심 질문을 구현하는 장면이 될 것이다.

권 사원은 수많은 시청자들이 김낙수에게 느끼는 감정을 대변하는 캐릭터. 그의 시선은 계산이나 정치가 아니라 사람 자체에 맞춰져 있습니다. 권 사원의 방문은 “직함을 잃어도 사람은 남는다”는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송 과장·정 대리·권 사원은 바로 사회적·직업적 정체성이 무너졌을 때 남는 ‘김낙수’를 확인하는 외부 거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회사 밖에서 이 세 사람과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낙수가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삶을 선택할지. 그리고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진짜 자기 발견’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핵심축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 지금 김낙수의 이야기가 더 공감되는가
류승룡은 웃음과 비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배우입니다. 김낙수가 회사에서 밀려날 때의 체념, 집에서의 공허한 침묵, 명예퇴직 서류를 내밀 때의 복합적인 감정— 이 모든 순간에 그는 과장도, 감정의 소비도 없이 생활 연기로 밀어붙입니다. 그래서 시청자는 김낙수를 ‘대기업 부장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 속 누군가의 아버지·상사·선배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요?
류승룡은 김낙수의 복잡한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온 중년의 결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그의 연기는 불안·체면·상실·희망이 뒤섞인 인물의 내면을 아주 자연스럽게 끌어올립니다. 특히 퇴사 결심 장면에서 드러나는 ‘말은 담담하지만 표정은 흔들리는’ 감정의 이중성은 이 드라마가 가진 리얼리티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명세빈의 존재감은 서사를 단단하게 붙들어주는 힘을 가집니다. 그녀의 연기는 과장되지 않은 생활 연기이면서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내면을 정교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김낙수의 퇴직 이후, 그녀의 연기가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감정을 드러낼지가 가족 서사의 중요한 감정선을 형성할 것입니다.
명세빈 역시 가족의 생계를 붙잡고 있지만 남편에게 연민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깊이 있게 연기합니다. 그녀의 존재는 김낙수가 ‘부장’이 아닌 남편, 가족, 한 인간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중요한 감정적 축을 담당합니다.

7화까지의 내용은 ‘회사 안의 김부장’을 해체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회사 밖에서 김낙수가 어떤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가를 펼쳐 보이는 구간입니다. 이후 전개가 회사 밖의 이야기로 넓어질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드라마는 언제든 다른 측면—가족, 개인의 내면, 사회적 조건—으로 포커스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 하나에 갇히지 않고, 드라마가 제시하려는 **‘정체성 탐색의 여정’**을 중심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중년 남성의 좌절을 다루는 듯 보이지만, 실은 나이와 직급을 넘어선 **‘존재의 이야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작품입니다. 앞으로 공개될 에피소드들이 김낙수라는 인물이 어떻게 ‘새로운 자신’을 구축해 나갈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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