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굿뉴스〉(Good News) 는 이름부터 역설적입니다. ‘좋은 소식’이라는 단어는 보통 따뜻함과 희망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거짓과 체면, 권력의 포장을 상징합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납치된 일본 여객기를 서울에 착륙시키기 위한 비밀 작전이 벌어집니다. ‘굿뉴스’라는 이름은 바로 그 작전을 지칭합니다 — 누군가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꾸며낸 ‘좋은 소식’.
감독 변성현은 이 무겁고도 기이한 사건을 블랙코미디와 스릴러의 경계 위에서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1970년대, 납치된 일본 여객기가 평양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옵니다. 이에 정부는 여객기를 서울 김포공항에 착륙시키기 위해 기발한 작전을 세웁니다 — 공항 전체를 ‘평양공항’처럼 꾸며 납치범들을 속이려는 것이죠.
이 작전의 중심에는 ‘아무개’(설경구) 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명령받은 자도, 영웅도 아닙니다. 다만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뿐인, ‘익명의 해결사’이자 ‘침묵하는 양심’입니다.

| 배우 | 배역 | 특징 |
| 설경구 | 아무개 |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해결사. 시대와 체제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초상을 상징합니다. |
| 홍경 | 서고명 중위 | 순수한 이상과 임무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젊은 장교. |
| 류승범 | 박상현 중앙정보부장 | 냉소와 계산으로 움직이는 권력자. ‘굿뉴스’를 만든 사람입니다. |
1. “평양 공항입니다.” — 거짓의 진실이 된 순간
납치범들을 속이기 위해 김포공항을 평양처럼 꾸미는 장면은 이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간판을 바꾸고, 안내방송을 조작하며, 모든 이들이 ‘거짓’을 연기합니다. 그러나 그 거짓은 곧 국가의 명령이자, ‘진실’로 작동합니다.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서늘한 긴장감을 남기는 순간입니다.
2. 설경구의 눈빛 — ‘아무개’의 각성
작전이 끝나갈 무렵, 아무개는 이 모든 작전이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체면을 위한 쇼였음을 깨닫습니다. 그가 무너진 활주로 위에서 보이는 눈빛은, 말보다 더 깊은 회한을 전합니다.
3. “굿뉴스야.” — 권력의 냉소
박상현(류승범)은 작전 성공을 보고받으며 담담히 말합니다.“좋은 소식이야. 다들 그렇게 들을 거야.” 이 한마디는 영화의 핵심을 꿰뚫습니다. 진실보다 체면이 우선인 사회, 그 속에서 ‘굿뉴스’는 언제나 누군가의 거짓말 위에 만들어집니다.
4. 라디오 엔딩 — 아이러니의 완성
모든 작전이 끝난 뒤, 라디오에서 들려옵니다.
“좋은 소식입니다. 납치된 여객기가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하지만 화면은 공허한 활주로와 함께 연기로 가득 찬 하늘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깨닫게 됩니다. ‘굿뉴스’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변성현 감독은 1970년대의 공기와 색감을 매우 세밀하게 복원했습니다. 빈티지한 톤의 조명, 낡은 기내 장식, 그리고 비행기 엔진의 낮은 진동음까지 — 모든 디테일이 그 시대의 긴장감을 되살립니다. 또한, 카메라는 유머와 긴장이 교차하는 순간을 집요하게 포착합니다. 관객은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곧바로 숨을 멈추게 됩니다. 이 절묘한 리듬감이 ‘굿뉴스’만의 미학입니다.
〈굿뉴스〉는 단지 납치 사건을 다룬 스릴러가 아닙니다. 그 속에는 진실과 거짓, 인간과 체제, 양심과 생존이라는 보편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누군가의 ‘좋은 소식’으로 포장된다.”
이 대사는 영화의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그 시대의 정치적 풍자이자, 지금 우리 사회에도 통하는 통찰입니다.

| 항목 | 평점 | 코멘트 |
| 연출 | ★★★★★ | 시대의 질감과 리듬이 완벽히 조화됩니다. |
| 배우 연기 | ★★★★★ | 설경구의 내공, 홍경의 섬세함, 류승범의 냉소가 어우러집니다. |
| 서사 완성도 | ★★★★☆ | 다소 과장된 설정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탄탄합니다. |
| 감정적 여운 | ★★★★★ | 엔딩의 공허함이 오래 남습니다. |
| 몰입감 | ★★★★☆ | 유머와 스릴의 리듬이 매력적입니다. |
총점: ★★★★☆ (4.6 / 5)
한줄평: “웃음 뒤에 남은 씁쓸한 진실, 그게 진짜 ‘굿뉴스’였다.”
〈굿뉴스〉는 ‘진실’이란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그것은 국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가 만들어내는 거짓된 안도감의 초상이기도 합니다. 설경구 배우의 눈빛과 함께 끝나는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마음속 어딘가를 조용히 울립니다. 이 영화는 단지 사건의 재현이 아니라, 진실을 향한 인간의 두려움을 다룬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9장. 오프닝 나레이션 Ver. 이올렛]
가슴 한쪽이 계속 아픈데, 정확히 뭐가 아픈지는 모르겠어.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건 맞는데…
아니, 정말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게 맞나?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플까.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건 아닐까?
이 그리움 속에 다른 뭔가가 숨어있는 것 같은데…
무대에 서면 가끔 느껴져.
완벽하게 연주해야 한다는 압박감 말고… 또 다른 무언가.
음악이 나한테 뭔가 말하려는 것 같은데, 아직은 잘 들리지 않아.
과거를 계속 돌아보게 돼.
그때의 나는 어땠더라? 지금이랑 뭐가 달랐을까?
왜 자꾸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너무 깊은 곳에 있어서, 손이 닿을지 모르겠어.
무서우면서도... 알고 싶어.
정말로 내가 찾고 있는 게 뭔지, 언젠가는 알 수 있겠지?
이 안개 같은 느낌들이 언젠가는 선명해지겠지?

2030년 8월 10일 토요일 – 9년 후 현재.
올렛은 왜 여기에 있을까?
휴가 첫날,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었는데, 지금 올렛은 영주의 도예 공방 앞에 있고, 지난 10분 동안 자율주행차 안에서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온도는 적절했고, 공조 장치는 완벽하게 작동했지만, 그녀의 손엔 땀이 맺혀 있었고, 심장은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큰 발표를 앞둔 학생처럼, 첫 데이트를 앞둔 여자처럼, 그녀에겐 낯설지 않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공방은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 외관은 예전보다 조금 더 빛이 바랬고, 간판은 햇빛을 견디느라 윤기를 잃었지만, 그곳에는 묘한 활기가 있었다. 마당에는 새로 심은 듯한 화분들이 줄지어 있었고, 창틀 위엔 알록달록한 도자기 장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올렛은 그 장면 앞에서 잠시 호흡을 고르며 생각했다. 모든 게 그대로인 듯하지만, 정작 자신만 너무 멀리 와버린 건 아닐까. 올렛은 천천히 손을 무릎 위에 얹었다. 차가운 손끝이 따뜻한 천을 누르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 같았다. 언제부터 그녀의 손이 이렇게... 비즈니스맨 같아졌을까?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았다.
전에는 활대를 쥐었고, 무대 조명을 받으며 소리를 길들였던 손이었다. 그렇게 방향을 바꾸었고, 새로운 언어에 능숙해졌고, 낯선 무대에서 다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모든 이력이 그녀의 삶과 너무 멀게 느껴졌다.
선팅 된 창문 너머로 보이는 공방은 그대로였다. 유약이 말라가는 소리, 흙이 물레 위에서 부서졌다가 다시 모양을 갖추는 감각. 그것이 바이올린의 울림과 다를 바 없다고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이 공간이 좋았고, 이 시간을 잊지 못한 것이었다.
차문을 열었다. 8월의 공기가 즉시 그녀를 덮쳤다. 뜨거웠지만 묘하게 소름이 돋았다. 긴장인지, 기억의 반응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상했다. 따뜻한데도 팔에 소름이 돋았다. 뜨거운 방에서 겨울 공기로 나가는 것처럼, 모든 신경 말단을 한 번에 깨우는 그런 충격. 긴장인지, 기억의 반응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공방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햇볕에 달궈진 금속 문손잡이는 따뜻했고, 그 소박하고 정직한 온기가 손바닥에 조용히 번졌다. 다만 조금 더 낡고, 많은 손에 의해 모서리가 매끄러워졌을 뿐이었다. 딸랑, 익숙한 종소리가 울리고 문이 열렸다.
영주의 도예 작업실 안, 빛은 바깥세상과는 늘 달랐다. 작업대와 울퉁불퉁한 선반 가장자리에 빽빽하게 고여 앉아 먼지 입자를 마치 고대 그림의 붓 자국처럼 찬란하게 드러냈다. 동시에 방 안은 억압적이고 기억들로 가득 찬 듯했다.
젖은 흙냄새와 가마에서 배어나온 온기, 익숙한 유약의 잔향이 코끝을 찔렀다. 벽에는 최근 덧칠한 듯한 색감이 은은했고, 작은 선반 위엔 갓 만든 듯한 조각들이 아직 자리도 잡지 못한 채 놓여 있었다. 이곳은 여전히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만큼 살아 있었다. 기억은 감각을 타고 자연스럽게 흘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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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던 계절 - [4악장: 승리의 찬가] 29장. 추억 두드림
2030년 8월 10일 토요일. - 현재 올렛은 왜 여기에 있을까? 휴가 첫날,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었는데, 지금 올렛은 영주의 도예 공방 앞에 있고, 지난 10분 동안 자율주행차 안에서 꼼짝 못 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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