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화와 함께할 선율: Youtube music와 Spotify에 담아 둔 [신작소설] ‘러브C마이너’ 플레이리스트의 서정적인인 선율과 함께 읽어보세요. 사랑하는 그녀를 떠나보내는 우현을 더욱 깊이 느끼실 거예요.
2024년 3월 25일 월요일.
재앙 이후의 시간이 흘러가는 특별한 방식으로, 끝없으면서도 순간적이고, 매일이 똑같은 무게감으로, 일주일이 지났다. 우현은 책상에 앉아 지난 한 시간 동안 읽는 척만 했던 경영윤리학 교재의 같은 페이지를 바라보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화면에 뜬 영주의 이름에 가슴이 조여왔다.
"우현아, 아직도 올렛이랑 연락 안 돼?"
"응..."
거칠고 사용되지 않은 듯한 목소리가 나왔다. 마치 침묵이 가슴속에서 계속 넓어지는 공허함을 억제할 수 있을 것처럼.
"올렛이 요즘 정말 이상해. 항상 작업실에만 있고, 어제는 새벽 2시에 그곳에서 울고 있는 걸 봤어. 내가 자켓을 깜빡 잊고 다시 갔다가 봤거든."
영주의 목소리에는 친구가 자멸하는 것을 지켜보는 친구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걱정과 답답함이 섞여 있었다.
"울고 있었다고?"
그 이미지가 그의 무감각함을 뚫고 들어왔다.
"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면서 같은 시뮬레이션을 계속 반복하고 있더라. 마치 어떤 루프에 갇힌 것처럼."
영주가 잠시 멈추더니, 다음에 할 말을 위해 용기를 모으는 숨소리가 들렸다.
"내가 물어보니까 이렇게 말하더라. '시스템 아키텍처는 완벽하고, 모든 알고리즘이 최적화됐는데, 이 0.01% 브레이크 시스템 오류가 사라지지 않아. 투자자들은 다음 주에 시연을 원하는데,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걸 보여줄 수는 없잖아.'"
우현은 눈을 감았다. 올렛이 책상에 구부정하게 앉아 있고, 모니터의 파란 빛이 그녀의 눈물에 반사되며, 결과가 바뀔 것이라도 되는 양 같은 테스트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영주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그리고?"
"지친 눈으로 나를 보면서 이렇게 말하더라. '우현이가 맞았어. 내가 너무 욕심이 컸나 봐. 우현이처럼 현실적으로 생각했어야 했는데.' 무슨 뜻인지 알아? 언제 올렛한테 현실적이 되라고 말한 거야?"
그 말들이 물리적인 타격처럼 느껴졌다. 모든 순간들이 기억났다. 걱정으로 포장된 작은 댓글들, 백업 플랜을 세우는 게 어떨지 하는 제안들, 자율주행차가 정말 현실적인지에 대한 질문들이다.
그는 자신이 보호적이고 실용적이라고 생각했다. 대신, 그녀의 위기 순간에 피어나고 있는 의심의 씨앗들을 심고 있었던 것이다.
"끊을게."
영주가 대답하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성균관대 후문 뒤에 자리잡은 호프집은 결코 변하지 않는 공간들의 특별한 범주에 속했다. 수년간의 대화로 상처받은 똑같은 나무 테이블들, 모든 사람을 약간 황달 환자처럼 보이게 만드는 똑같은 노란 조명, 지난 5년 동안 "임시"였던 판지에 손으로 쓴 똑같은 메뉴. 학생들을 침전물처럼 모으는, 꿈과 실망이 층층이 쌓인, 그런 곳이었다.
구석 테이블에 자리 잡은 공대생 다섯 명은 이미 소주 세 병을 비운 후였다. 민정이 그 맞은편에 앉아 더 큰 생각들을 피하려는 사람의 체계적인 집중력으로 오징어를 뜯고 있었다.
"끔찍하게 생겼네."
우현이 의자에 주저앉자 영진이 걱정하는 눈빛으로 농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음식 먹은 게 언제야?"
"제대로 된 음식의 정의가 뭔데?"
"편의점 김밥 말고."
"그럼 한참 됐지."
사장이 연습된 타이밍으로 나타나 묻지도 않고 병과 잔들을 내려놓았다. 실연의 특별한 구부정한 모습을 알아볼 만큼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술을 팔아왔던 것이다. 영진이 약간 취한 사람의 신중한 집중력으로 따라주었다.
"야, 우현아. 정말 괜찮아?"
"안 괜찮아."
고백이 예상보다 쉽게 나왔다. 아마도 너무나 명백하게 사실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우현은 한 번에 잔을 비웠고, 소주가 목구멍을 타고 익숙한 길을 태워 내려갔다. 민정이가 오징어를 뜯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올렛이 자율주행차 만들고 있지?"
"응. 곧 투자받을 거야."
그 말은 쓴맛이 났다. 자부심과 수치심이 똑같이 섞인 맛이었다.
"와, 대단하다. 정말 세상을 바꿀 거네."
민정의 열정은 진짜였고, 그래서 어떻게든 더 나빴다.
"그런데 너는? 졸업하고 계획이 뭐야?"
우현이 미소를 지었는데, 그 표정이 그의 얼굴에서 낯설게 느껴졌다.
"나? 그냥... 그냥 대학생이야. 큰 꿈도 없고, 세상을 바꿀 알고리즘도 없고. 그냥 수업 패스하고 월세 낼 방법 찾으려고 하는 거지."
"그런 소리 하지 마."
영진이 항의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너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 없어. 촬영 일이며, 과외며, 학교 리포트 작성이며"
"육체노동이야."
우현이 끼어들었다.
"그게 전부야. 올렛이 미래를 만들고 있는 동안, 나는 장비 나르고 고등학생들한테 영어 동사 활용법 가르치고 있어. 우리는 이미 같은 우주에 있지도 않아."
이어진 침묵은 술집의 소음들, 다른 테이블의 웃음소리, 병이 부딪치는 소리, 누군가의 폰에서 나오는 너무 뼈아픈 사랑 노래로 채워졌다.
우현이 주머니에 손을 넣어 익숙한 파란 상자의 모서리를 만졌다. 일주일 동안 가지고 다녔다. 부적처럼, 아니면 속죄물처럼.
그가 그것을 상처투성이 나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이 환경에 비해 너무 깨끗하고 소중해서, 티파니 블루가 노란 조명 아래에 터무니없어 보였다.
"그게...?"
민정의 눈이 커졌다.
"열어봐." 우현이 말했다.
영진의 손이 떨리면서 뚜껑을 열었다. 인피니티 크로스가 머리 위 조명을 받아 맥주집 불빛 속에서 따뜻해지는 로즈 골드를 반짝였다. 잠시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이백육십칠만 원."
우현이 그 숫자를 연습된 익숙함으로 내뱉었다.
"내 6개월 인생이 이런 모습이야. 예쁘지?"
"미쳤다."
영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게... 그게 우리 6개월 생활비야. 두 학기 교재비고. 그게"
"내가 가진 전부야."
우현이 상자를 다시 가져와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닫았다.
"그리고 그녀가 만들고 있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는 생명을 구할 기술을 만들고 있어. 나는 간신히 살 수 있는 보석을 사고 있고."
민정이 테이블 너머로 손을 뻗었는데, 그의 손 바로 앞에서 멈췄다.
"연애는 동등한 기여에 관한 게 아니야. 대차대조표가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면?"
우현이 또 다른 잔을 따르며 신중한 동작을 보였다.
"그녀는 50짜리 투자를 받을꺼야. 50, '억' 자 붙은 50억 말이야. 나는 6개월 동안 모아서 그녀가 용돈으로 살 수 있는 걸 샀어. 그게 어떻게 대차대조표가 아니야?"
"왜냐하면 그녀는 투자받기 전에도 널 사랑했으니까."
영진이 조용히 말했다.
"돈이 그걸 바꾸지는 않아."
"안 바꿔?"
우현이 갑자기 일어났고, 의자가 낡은 리놀륨 바닥에 긁히는 소리가 났다.
"모든 걸 바꿔.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어디에 갈 수 있는지,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지 전부. 그녀는 자율주행차를 디버깅하고 있고 나는 내 통장을 디버깅하고 있어."
그가 테이블에 돈을 던졌다. 아마 너무 많았지만, 세는 것은 그의 능력 밖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불렀지만, 그는 이미 문을 밀고 밤으로 나가고 있었다.
친구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동안 술집 안은 다른 테이블의 웃음소리만 들릴 뿐 조용했다.
민정이 계산을 마치고 친구들이 우현에게 다가왔다. 자책하지 말라는 영진의 위로도, 진심으로 사과하면 다 해결될 거라는 현호의 확신도, 군대 가기 전에 꼭 화해하라는 민정의 당부도, 그리고 그저 등을 토닥여주는 지민의 손길도 우현의 무거운 마음을 달래주지 못했다.
우현은 차가운 3월 밤 공기를 헤치고 걸어 나갔다. 하늘은 잔뜩 흐렸고, 바람이 불어 그의 옷깃을 파고들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품 안의 티파니 상자가 등 뒤로 차갑게 느껴졌다.
밖에서는 일주일 내내 위협하던 비가 마침내 내리기 시작했다. 첫 방울들은 조심스럽게 도시의 준비 상태를 시험하더니, 네온사인들을 수채화로 바꾸는 꾸준한 리듬으로 발전했다. 우현은 맥주집의 찢어진 차양 아래 서서 거리가 변화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뛸 수도 있었다. 편의점에서 비를 피하거나 지하철로 뛰어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신 빗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얇은 재킷이 순식간에 흠뻑 젖도록 내버려 두었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그동안 피해왔던 생각들에 마침표를 찍는 것 같았다.
‘우현이 말이 맞았어. 내가 너무 욕심이 과했나 봐.’
말이 발걸음마다 메아리쳤다. 그녀의 빛나는 마음에 의혹의 씨앗을 심은 것이 바로 그가 한 일이었다. 그녀가 별을 향해 손을 뻗는 동안, 그는 그녀의 발목을 잡고 정말 날 수 있는지 묻고 있었던 것이다.
비가 더 세게 내리기 시작했고, 옷은 무거워지고 머리카락에서는 물줄기가 흘러내려 시야를 가렸다. 다른 행인들은 우산을 들고 바삐 지나갔지만, 우현은 마치 완전히 다른 도시를 걷는 것처럼 천천히 걸었다. 가방 속 파란 상자는 물을 머금어 더욱 무거워졌고, 약속에서 짐으로 변해버린 선물의 완벽한 은유가 되었다.
지하철역까지 10분 남짓 걸어가는 동안, 그는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로등 불빛에 빗방울이 은빛 가닥처럼 반짝였다.
우현은 비에게 감사했다. 어디에도 숨을 곳 없는 그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존재였다. 빗물과 눈물이 뒤섞여 흘러내리는 탓에, 우현은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완전히 젖어 있었고, 발걸음마다 신발 속에서 물이 출렁거렸다.
현관문 앞에 서서 싸구려 리놀륨 바닥에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이 습기로 뿌옇게 흐려져 있었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만큼은 선명히 볼 수 있었다. 부재중 전화도, 괜찮은지 물어보는 메시지도, 집에 잘 들어갔는지 묻는 연락도 없었다.
일주일 전이었다면 비 맞고 걷는 그를 걱정하면서 올렛이 벌써 문자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저녁 약속을 놓쳤을 때 그는 뭔가 근본적인 것을 깨뜨려버린 것이다. 단순한 데이트가 아니라, 중요한 순간에 그가 곁에 있을 거라는 믿음을 저버렸다.
그는 파란 상자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앞으로 며칠 동안 손대지도 않을 그 상자를, 의도와 행동 사이의 거리,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는 것 사이의 거리를 보여주는 267만 원짜리 기념비를.
가장 아픈 것은 267만원이라는 구체적 숫자가 상징하는, 전부를 걸었지만 그것조차 초라하게 느껴지는, 사랑의 크기를 물질로 환산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었다.
사랑은 언제나 ‘충분할 수 있는가’를 묻게 만듭니다.
Ep.7은 그 질문 앞에서, 조용히 고개를 떨구는 우현의 시점입니다.
진심을 다해도 닿지 않는 거리, 마음을 전했지만 되돌아오지 않는 침묵, 그리고 끝내는, 놓아주는 선택.
"나는 너의 우주에 닿을 수 없어"라는 자조적 깨달음과
"내가 너를 땅에 묶어두려 했구나"라는 죄책감이 뒤엉킨,
사랑하면서도 놓아줄 수밖에 없는 비극적 정서가 여러분들께 잘 전달되었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의 인스타그램(@lumibypeppy)에서는 매 회차 오프닝 나레이션이 먼저 공개됩니다.
올렛의 감정을, 그곳에서 가장 먼저 만나보세요.
다음 회차에서 다시,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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