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금요일.
개발팀 회의실은 축하와 위기, 돌파구와 좌절을 모두 겪어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AZ TECH의 핵심 개발자 15명이 마치 장례식장의 조문객들처럼 주위에 앉아 있었고, 그들의 노트북은 닫혀 있었으며, 얼굴에는 이미 불가능한 결정을 내린 자들만이 갖는 특별한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
올렛은 개발팀 회의실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문 너머로 들리는 속삭임들, 의자가 끌리는 소리, 누군가의 한숨. 그 모든 소리들이 이미 결정된 무언가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문고리 위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처음 이 회의실에서 프로토타입을 시연했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 모두의 눈은 가능성으로 반짝였고, 미래는 무한히 열려 있었다. 자율주행차가 만들 더 나은 세상, 사고 없는 도로, 완벽한 알고리즘이 지켜주는 생명들. 그들은 그런 꿈을 꾸었다.
문을 열었다.
그녀가 들어왔을 때 회의실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평소라면 이 방은 디버거 대화와 기계식 키보드의 찰칵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손을 모으고 앉아서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누군가 먼저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다섯 명의 얼굴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가, 마치 태양을 직시한 것처럼 시선을 돌렸다. 정민수 개발팀장의 손에는 흰 봉투들이 들려 있었다. 사직서. 그 단어가 공기 중에 납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
"앉으세요, 대표님."
정민수의 목소리는 장례식장의 조문객처럼 조심스러웠다. 올렛은 천천히 의자를 당겨 앉았다. 테이블 위의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고, 누군가 긴장한 듯 연필로 낙서한 흔적이 메모지에 남아 있었다. 동그라미들. 끝없이 이어진 동그라미들. 마치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먼저... 이렇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정민수가 입을 열었다. 그의 눈가에는 잠을 못 잔 흔적이 역력했다.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올렛은 그가 밤새 이 결정을 놓고 고민했을 것을 알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며칠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왜 여기 모였는지 알아요."
올렛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나왔다.
"유출된 문서들을 봤습니다. 언론의 보도도... 계속되고 있고요."
그가 말을 이었다. 각 단어는 신중하게 선택된 것이었지만, 그것들이 모여 만든 문장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올렛의 가슴을 찔렀다.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합니다. 투자자들도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지금 일어난 모든 일들, 불확실성, 법적 위협들을..." 그가 봉투를 테이블 위로 밀었다. "가족을 생각해야 합니다."
첫 번째 사직서가 그들 사이에 떨어진 것은 고요한 물에 돌을 던진 것과 같았다. 파문이 즉시 시작되었다. 선임 개발자 박민준이 다음이었다. 그녀가 네이버에서 영입할 때 신경망 전문 지식을 인정받아 연봉을 두 배로 올려준 인재였다.
"주택대출이요, "
그가 간단히 말하며 자신의 봉투를 내밀었다.
"회사 미래가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업 위험을 감수할 수 없어요. 이미 제안도 받았고요."
하나씩 차례로 따라 했다. 이번엔 조현우가 덧붙였다.
"가족들이... 걱정합니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의 딸은 이제 겨우 여덟 살이었다. 사고 희생자 중 막내였던 박서연과 같은 나이였다. 그 사실이 올렛의 목을 조였다.
엣지케이스 처리 문제를 해결했던 하진우, 우아한 코드로 업계 전반의 인정을 받았던 이진영, 양동현, 최지운, 김미경―커밋 로그와 특허 출원서에 이름이 올랐던, 교통을 영원히 바꿀 것이라고 약속했던 기술의 설계자들이었다.
각자 이유를 댔다. 가족 의무, 더 나은 제안, 안정성의 필요. 하지만 그 밑에서 올렛은 진짜 메시지를 들었다. 그들은 더 이상 함께 구축한 것을 믿지 않았다. 꿈이 부채로 변질되었고, 혁신이 오명이 되었다.
"제가 브레이크 시스템 구축을 도왔어요."
최지운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젊은 선임 중 한 명으로, 뛰어나지만 일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뉴스를 볼 때마다, 그 아이들의 얼굴을... 더 이상 할 수 없어요. 죄송해요."
봉투 더미가 쌓여갔다. 몇몇은 분명히 조율했던 것 같았다. 그들의 편지는 같은 날짜를 담고 있었고, 아마 소주를 마시며 슬픔을 나누면서 함께 작성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은 혼자 고민했던 듯했고, 그들의 봉투는 용기를 내기 전까지 며칠 동안 들고 다니느라 구겨져 있었다.
이 모든 동안 개발팀 막내 김지호는 테이블 끝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하버드를 조기 졸업한 재미교포 3세의 그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서 합류했었다. 그는 최근 사건들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지만, 그의 봉투는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선임 개발자가 말을 마쳤을 때, 침묵이 먼지처럼 방에 가라앉았다. 14개의 봉투가 올렛 앞에 놓여 있었는데, 버림받음의 종이 기념비였다. 그녀는 각각의 얼굴을 바라보며 기억하려 했다. 그녀의 비전을 공유했고, 뭔가 특별한 것을 탄생시키기 위해 밤과 주말을 바쳐 일했던 이 사람들을.
"이해해요, "
올렛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하지만 그 평온함은 폭풍 전의 고요 같은 것이었다.
"누구도 침몰하는 배에 남으라고 강요할 수 없으니까요."
그녀의 말에는 쓴웃음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것은 비난이 아니었다. 이해였다. 그들에게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었다. 가족, 미래, 꿈. 그것들은 한 회사, 한 사람에 대한 충성심보다 중요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정민수가 사직서 뭉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하얀 봉투들이 부채꼴로 펼쳐졌다. 각각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마치 묘비명처럼 보였다. 한때 살아있었던 꿈들의 묘비.
바로 그때였다.
"저는 남겠습니다."
김지호의 목소리가 그녀의 전문적인 침착함을 깨뜨렸다.
따뜻했던 계절 - [1악장: 운명의 습격] 6장. 모두 떠나간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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