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7일 두 번째 추억.
네온사인 불빛 아래 다양한 음식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늑한 조명 아래 테이블들이 빼곡하게 놓인 실내 포장마차가 나타났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플라스틱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자, 우현은 능숙하게 소주와 간단한 안주를 주문했다.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
올렛이 문득 다시 물었다. 왜 그런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늘 생각해."
우현은 푸드 트럭에서보다 훨씬 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상상하기가 어려워, 알잖아? 어쩌면 무대에서 죽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학교를 졸업하고 또 다른 종류의 지침을 겪을 수도 있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올렛을 흘끗 바라보았다.
"너는 어때?"
올렛은 엄마, 끝없는 음악, 그리고 뛰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에 대해 생각했다.
"예전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이제는 잘 모르겠어."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현은 그녀가 표현하려던 것 이상을 이해하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고, 포장마차 안의 소란과 옆 테이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그 침묵을 채웠다.
"어머! 너희 둘 여기서 뭐 해?"
다소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렛과 우현은 동시에 돌아봤다. 화려한 미니스커트에 평소보다 조금 더 짙은 화장을 한 영주가 눈물을 글썽이며 그들 앞에 서있었다. 그녀의 옷에서는 평소의 쾌활함 대신 섹시함이 물씬 풍겼다.
"세상에, 너희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올렛은 깜짝 놀라 영주를 바라봤다.
"영주야, 너 왜 그래? 여긴 웬일이야?"
그리고 옆에 앉은 우현을 향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우현아, 이쪽은 내 친구 영주. 영주, 이쪽은… 내… 아는 친구, 우현이야."
올렛은 '남자친구'라는 단어가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왠지 모르게 머뭇거렸다. 영주는 눈물을 훔치며 코를 훌쩍였다.
"아는 친구? 풉, 그때 클럽에서 너가 번호 딴 그 애 아냐?"
그녀는 매의 눈으로 우현을 훑어보더니, "어머, 번호 따일만 했네!"라며 능글맞게 웃었다. 그러고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우현의 옆자리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 잠깐만 여기서 울고 갈게. 가방 좀 치워주겠니?"
우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올렛을 바라봤고, 올렛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영주야, 우리 지금 막 얘기 시작했는데…"
영주는 올렛의 말을 자르며 잽싸게 우현의 옆 의자를 끌어 앉았다.
"괜찮아, 괜찮아. 너희끼리 오붓한 시간 방해 안 할게. 그냥 옆에서 조용히 술 좀 마시다 갈게."
그녀는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우현을 올려다보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죠, 잘생긴 남친분?"
우현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올렛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예상치 못한 친구의 등장에 둘만의 오붓한 시간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그녀는 영주를 흘겨봤지만, 영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코를 풀었다.
영주는 눈물을 훔치며 묻지도 않은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소개팅남에게 바람맞은 황당하고 속상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올렛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우현은 어색하지만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지자, 영주는 애써 밝은 척 웃으며 말했다.
"이런 우울한 얘기는 집어치우자! 오랜만에 만났는데, 술이나 마셔!"
그녀는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그 후, 분위기는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영주는 특유의 털털함으로 이야기를 주도했고, 올렛의 공부 습관, 패션 감각, 그리고 몰래 즐겨 보는 막장 드라마 취향을 놀려댔다. 우현에게는 그의 전공, 아르바이트, 주말 계획 등을 이것저것 물었고, 우현은 진지함과 유머를 섞어 재치 있게 대답했다.
올렛조차 웃음을 터뜨리며 영주와 농담을 주고받았고, 우현의 어색한 미소 속에서도 편안함이 묻어났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그녀는 억지로 꾸며낸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느껴졌다.
그들은 술잔이 비워진 후에도 오랫동안 포장마차에 앉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진지한 고민까지, 온갖 주제를 넘나들며 대화를 나눴다. 옆 테이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맛있는 음식 냄새가 따뜻하게 감쌌다.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고, 밤은 점점 깊어갔다.
영주는 결국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자리를 떴고,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묘한 활기와 빈 술병만이 남았다. 우현은 일어서서 기지개를 켜며 올렛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갈래, 아니면…?"
올렛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나란히 포장마차를 나섰다. 그들의 침묵은 이전의 어색함 대신 편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이전의 공허함이 아닌,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공유된 경험의 침묵이었다.
포장마차 골목 어귀에 멈춰 선 우현은 그녀를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깊이 바라보았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쉬운 일 아니었을 텐데."
그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올렛은 뭔가 의미 있는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진심으로 꾸밈없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경고했다.
"너무 자주 그러지는 마."
그는 그러겠다고 약속했고, 밤공기처럼 시원하고 설렘 가득한 약속을 남긴 채 헤어졌다. 그녀는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올렛은 오랜만에, 자신이 있어야 할 바로 그곳에 있는 듯한 편안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2021년 4월 24일 토요일.
청담동의 공기는 후추처럼 날카롭고 차가웠지만, 갤러리 루프탑은 봄기운이 완연했다. 올렛은 먼저 도착해 서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녀의 단골 구석 자리에 앉아, 어둠이 내리자 수천 개의 회로가 동시에 켜지는 듯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점등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미니멀한 루프탑에는 티크 의자와 회색 울 담요, 낮은 촛불들이 놓여 있었지만, 유리 난간 덕분에 하늘은 거실 천장처럼 가깝게 느껴졌고 도시는 끝없이 펼쳐진 개인 정원 같았다.
그녀는 돔 페리뇽 브뤼 샴페인 반 잔을 따르고, 게으르게 올라가는 기포들이 수정 잔 속에서 나선형을 그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첫 모금은 성찬과 같았다. 드라이하고 미네랄 향이 느껴졌다. 그녀는 엄마가 이 샴페인을 어떻게 묘사했을지 상상했다. "애쓰지 않아도 느껴지는 우아함, 오랜 부의 상징." 그녀는 거의 웃을 뻔했다.
우현이 갑판으로 걸어 나오는 것을 발견하자, 고광택의 주변 분위기 탓인지 그의 실루엣은 왠지 모르게 낯설었다. 그는 약간 구겨진 듯한 검은색 셔츠와 비싸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드라이한 듯 자연스러운 웨이브가 살아있었고, 입구에서 잠시 멈춰 그녀를 찾듯 두리번거리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자신의 잔을 채우고 그의 잔에도 따라주었다. 그녀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그가 잔을 잡으려다 머뭇거리는 어색함을 알아채지 못했다. 건배를 기다려야 할지, 그냥 마셔야 할지 확신이 없는 듯했다. 그는 지나치게 공손하고 반사적인 미소를 지었다.
바람 소리와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만이 침묵을 깨뜨렸다. 올렛은 적절한 단어를 찾았지만, 어떤 단어도 어색했다. 그녀는 값싼 샌드위치와 영주의 웃음소리가 모든 것을 이어주었던 지난번의 편안함을 떠올리려 애썼다.
이번은 달랐다. 모든 움직임과 침묵이 강조되는 듯했다. 그녀는 샴페인을 홀짝이며 우현이 샴페인을 맛보고 자신의 반응을 감추려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샴페인은 훌륭했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날카롭고 이질적인 맛이어서 그는 거의 얼굴을 찡그릴 뻔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잔을 내려놓고 무의식적인 버릇처럼 엄지손가락으로 잔의 가장자리를 닦았다.
"이거 마셔본 적 있어?" 그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드라마에서 본 것 말고는."
마음 한구석이 따끔했지만 그녀는 웃었다.
"우리 엄마는 값비싼 와인,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시간낭비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하지만 나는 그걸 아는 척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보다, 모르는 사람들과 나누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그는 잔을 들어 두 번째, 더 대담한 모금을 마셨다.
"하하, 배우는 중이야."
그가 중얼거렸지만, 그녀를 불안하게 만드는 기색이 느껴졌다. 그녀는 화제를 돌려 그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려 했다.
"아래층 갤러리에 새로 전시된 거 봤어? AI 프로그램이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걸 실시간으로 프로젝션해 준대. 좀 웃기긴 한데, 기술은 놀랍더라."
우현은 고개를 저었다.
"지나가면서 봤는데,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곳 같더라고."
그는 잠시 멈췄다.
"그거 네 취향이지? 미술 같은 거?"
그녀는 동의했지만, 그 말이 배타적으로 들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말은,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몰라. 영주가 잘 알지. 도자기전공이거든. 가끔은 그냥 가서 그게 나를 어떻게 느끼게 하는지 보러 가는 거야."
그녀는 그의 눈에서 자신의 불확실성을 읽었다. 그가 물었다.
"그게 너를 어떻게 느끼게 하는데?"
그녀는 도시를, 수백 개의 창문과 도시의 혈관처럼 맥동하는 자동차들을 바라보았다.
"가끔 너무 벅차게 느껴져. 따라갈 방법이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떠다니는 거야. 이 샴페인 속의 거품들처럼."
그녀는 잔을 들어 거품이 올라와 터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가끔은 잠시라도 모든 것 위에 있는 게 좋아."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도시가 그들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그가 지루해하는지, 아니면 길을 잃은 건지, 혹은 조용히 감탄하고 있는 건지 가늠하려 했다. 그가 이곳을 편안하게 느끼기를 바랐지만, 그는 끊임없이 옆 테이블의 계산서 폴더를 흘끗거렸고, 손은 테이블 위를 떠나지 않았으며, 어깨는 충격에 대비하는 듯 움츠려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노력했다. 그는 값싼 소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기말 과제를 내주는 것을 잊어버린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화 촬영팀이 쉬는 시간에 테이프를 뭉쳐 공처럼 만들어 축구를 하며 재활용하는 방식을 묘사하기도 했다. 그녀는 웃었지만, 그 풍경, 와인, 저녁 식사가 그에게 하룻밤 동안 입으라고 지시받은 옷과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시도했다.
"다음에 너네 촬영팀 몇 명을 갤러리에 데려와 봐. 프로젝터들을 보면 아마 재미있어할 거야."
그는 슬프면서도 고맙다는 듯 미소 지었다.
"나를 들여보내 줄 것 같지 않아."
그녀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가 옳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은 그녀의 세계였고, 아무리 문을 열고 싶어도, 그 자물쇠는 그들 누구도 다시 쓸 수 없는 방식으로 암호화되어 있었다. 밤이 깊어가는 동안 그들은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도시는 활기찼고, 바람은 유리창에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그들은 잠시 동안 도시를 바라보았다. 서로의 침묵의 궤도를 도는 두 개의 위성처럼. 그녀는 테이블 너머로 손을 뻗어 그에게 그가 원하는 곳 어디든 속할 수 있다고, 그녀는 그가 속하기를 바란다고, 그와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면 세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들은 목에 걸렸고, 대신 그녀는 그저 유리창에 어른거리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갈 시간이 되자, 그녀는 일어서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따뜻하고 진실된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았고, 잠시 동안 바이올렛 청춘들의 거리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따뜻한 포장마차의 소주와, 차가운 루프탑의 돔 페리뇽. 같은 사람들이지만, 공간이 바뀌자 모든 것이 낯설어집니다.
이번 15장은 사랑만으로는 넘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두 사람이 마주한 현실의 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포장마차에서 올렛은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며 편안함을 느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은 그녀의 세계가 아닙니다. 반대로 그녀가 익숙한 루프탑으로 우현을 초대했을 때, 그는 그 세계의 언어와 공기에 스며들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고 맙니다.
'소주와 돔 페리뇽'은 단순히 술의 종류가 아니라, 두 사람이 살아온 세계의 언어, 태도,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규칙들을 상징합니다. 과연 마지막에 맞잡은 손의 온기는, 유리 난간 너머로 보이는 두 세계의 아득한 거리를 메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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